210613 후세터 백업
※ 조금 민감한 발언, 스포일러 캐릭터 및 후일담 언급 有
1. 2차창작에서의 '가난'에 대한 묘사- 예전에 우도 관련 받았던 지적을 바탕으로
당시 받았던 지적의 골자는 노란장판이 가난혐오와 맟닿아 있다는 것이었는데 (를 빙자해서 허우석에게 노장 안 어울린다고 우리 까는..뭐 그 때는 큐앤에이 나오기 전이어서 오병이어도 라면 0.5개도 나오기 전이었으니 그러려니 한다. 사실 인물 개개인이 소위 노란장판 감성이냐와 특정 상황 또는 커플링 관계성에서 노란장판 감성이 느껴지는 것은 별개라고도 생각하고.) 사실 좀 난 저 얘기를 듣고 나서도 좀 신기했던 것이 나는 한국에서 인디밴드를 하면 (그것도 마이너한 장르로) 으레 겪는 자금난과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시츄들을 이야기했지 그것을 불행서사 기타등등으로 소비한 적은 딱 잘라 없었기 때문에...오히려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돈 없다는 서술 하나로 그것을 불행서사라고 연결시키고 여기서 가난의 타자화 기타등등을 찾는 그 사고의 흐름이 좀 신기했음. 이제 와서야 할 수 있는 말임.
말했듯이 당시에 나와 지인분들이 일명 노란장판으로 통칭되는...돈없는 마커레 썰을 풀곤 했던 건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요소들과...내가 밴드 덕질 하면서 보고 지낸 것들 (천하의 국카스텐도 언더 시절엔 공연 뒷풀이로 떡볶이 오병이어를 하고 담배를 빌려다 피웠다) 에 기반해서 늘 하던 대로 걍 얘네를 불쾌한 골짜기에 쳐박았을 뿐임. 사실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고 그런 눈물젖은 스토리 푼 것도 아님. 외려 돈 벌어다가 다 문신값 피어싱값 술값으로 나간다고 놀렸지. 난 얘네 절대 불행하다고 생각 안 함. 아프리카 청춘이랍시고 사서 고생했지.
가난의 타자화, 대상화, 유효한 말임. 그러나 '가난'을 묘사하는 것이 무조건 이에 해당하느냐 하면 난 그건 의문이라고 생각함. 사실 '가난'이라는 말도 별로 가치중립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돈 없음'이라고 하겠다. 돈 좀 없을 수도 있지.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돈이 없다는 것만으로 이것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외려 그것이 더 차별적이지 않냐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창작물에는 적당히 부유하고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정상적인' 인물들만 등장할 수 있는지. 그 정상성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지? 외려 그 정상성의 기준이야말로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말마따나 캐릭터 소득분위 나눠서 너는 몇분위니까 등장가능 할 것도 아니고.
물론 주의해야 할 것은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이란 말이 별로 가치중립적인 단어라는 생각을 안 한다고 위에서 적었는데, 가난의 '이미지'라는 것이 워낙 덕지덕지 많이 달려 오기 마련이니까. 보통 가난의 타자화, 대상화라고 하면 이 이미지를 대상화해서 차용함을 이야기할 것이다. 단순히 '돈이 없음' 이란 설정이 '얘가 불행함' 이란 말의 동의어처럼 연결지어진다면 이런 건 타자화고 대상화가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난 뿐이겠음, 그 외에 주로 쓰이는 코드라고 한다면 '양친 다 살아계신 정상가정이 아님'의 경우가 제일 많지 않을까 싶은데 (정상가정이 아님>가난함>불행함 자동 3단연쇄도 자주 있음) 하튼 그 외에도 이것저것, 대충 이런 식의 코드만 주어진 상황에서 너무나도 당연하단 듯이 해당 코드와 '불행함' 을 연결짓는 것 또한 비슷한 층위의 폭력이라고 생각함. 뭐 물론 그로 기인해서 불행한 상황일 순 있는데...그것은 몇 가지의 주어진 조건과 인과관계를 더 거친 결과여야지 그 자체로 불행함의 표식이 될 순 없다는 말임. 그마저도 공식에서 관련 언질을 주지 않는 이상 (2차창작의 경우) 다루는 데에 있어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뭐 근데 그냥....수일배 장르에서 이런 지적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2. 베스타에서 결핍과 정상가족에 대하여
예전에 한 번 플로우가 돌았던 이야기인데, 베스타의 캐릭 대부분이 (사실상 하남매를 제외한 전부) 가 어떠한 '결핍'을 주요 키워드로 갖고 있고, 이 결핍은 주로 가족에서 기인한다는 것임. 대다수가 소위 '정상가족'에서 벗어나 있고, 그나마 가장 굳건하고 '회복'이 잘 드러나는 민주영은 정상가족이 있으며 이에 도움을 제법 받았을 것이란 점에서, 정상가족과 이에서 벗어난 가정의 차이를 이런 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제법 위험하지 않냐는 지적이었음.
다만 이에 대한 반증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장세일과 하남매임.
장세일은 이 연장선상이면서도 예외적인 캐릭터임. 양친이 전부 살아 계시나, 가정으로부터 억압받았고, 큐앤에이에서도 '베스타에 완전히 매몰된 인물이기에 가족 구성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서술되었음. 이것이 의도된 배치라면 '가족의 구성'보다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대감'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구상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음.
그 다음은 하남매인데, 양친이 살아 계시나(혹은 살아 계시건 안 계시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서) 일부러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다/부모님이 안 계신다 양쪽 다 유의미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함. 전자의 경우 가족 '구성원' 그 자체와 캐릭터의 성정을 연결짓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겠다. 후자를 의도했을 경우, 장세일과 비슷하게 정상가족의 여부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대감과는 관계가 없다는 반증으로써 배치했다고 볼 수 있고.
뇌절 조금 치자면 하수창이 한도윤을 두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 데에서 피로 이어진 가족 외의 안정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마커레/이규혁-한도윤의 관계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길을 건강한 방향으로 다시금 제시하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대체로) 아버지 중심의....권위적 가족 구성을 해체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가족 구성 형태를 불문하고 캐릭터들에게 결핍을 부여하는 역할은 주로 아버지들이었으므로. 물론 여기까지 가면 꿈보다 해몽임ㅎㅎ
3. 베스타의 여캐 사용에 대해서 - 이 이하 조금 민감한 발언
('서사'라는 표현의 오타쿠적 용법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대체로 베스타가 여캐 서사 부족보다는 남캐 서사 과다라는 표현에 동의하고...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조차도 수요자층을 의식한 의도된 여캐 사용이 아닌가 생각했음. 물론 이것이 아주 바람직했다는 이야기는 아님. 제대로 못 쓰고 욕먹느니 피해가자-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므로.
여성-동인판에서 잘 먹히는 여캐공식은 정말 잘 쓴 여캐조형보다는 '주체적이되 혼자서 서사가 완결되고 주인공 남캐들(보통 커플링으로 엮이는)의 개인 서사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캐릭터라는 말이 전에도 돌았던 걸로 기억함. 그리고 보통 메인 스토리는 그 주인공 남캐들 기준으로 가기 때문에. 여기 개입되는 여캐들은 대체로 동인판에서 취급이 좋지 않았다는 것.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의도된 것이라면 나름 계산된 여캐 사용이 아니었는가 하는 거다. 특히 이 게임이 원래 출시 예정이었던 2018년 시점에서는 더더욱.
주영/인하가 사망조에 있었으면 그건 그것대로 말이 나왔을 거고, 범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함. 그러다 보니 전체 스토리에서 주영/인하가 상대적으로 겉돈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 그러나 주영/인하가 베스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겉도는, 메인 스토리 라인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물들이냐고 한다면 난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베스타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결핍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단순 '불행서사'로 퉁치기에는 (한도윤의 경우에는 딱히 불행이라고 평가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조금 더 현실적인, 생활 환경과 겪어 온 일들로부터 기인한 디테일한 '결핍'이고, 불안정함이고...이 가운데에서 가장 중심을 잘 잡고 결국에는 '회복'과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 주영이임은 자명하다.
사실 나는 주영뿐 아니라 인하도 주영과 같이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라 생각한다 (A루트 마지막 커뮤니케이션/후일담3 참조) 신승연 제외한 여캐들을 그런 위치로 배치한 것 또한 의도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함.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범인이 되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B루트에서 생존했음에도 과거에 얽매여 사는 남캐조와 대비되는 구성으로 인물들을 배치했다는 것. 후일담에서도 결국 한도윤에게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주영과 인하이므로. (하수창은 예외) 이는 꽤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베스타가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주영의 과거사가 아주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은 건 충분히 의도되었다고 본다. 사실 내용이나 정황상 더 디테일하게 나왔다가는 12금으로 절대 끝나지도 않았고 제법 위험했을 것임. 그렇게...리스크를 감수하고 피해 정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당위도 이유도 없다는 것. 솔직히 그런 과거사를 달고 나온 이상 가불기였다고 생각함. 다만 인하의 관계도 스토리가 비교적 보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좀 더 보기 쉬웠다면 여캐 사용에 관해 탓하는 말들이 조금은 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하 관계스 내용 보고 그래도 그런 쪽으로 제법 노력했다... 싶었기 때문. 인하 결의를 봤을 때에 나오는, A루트 마지막 커뮤니케이션 멘트가 인하라는 캐릭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극복'이라는 키워드가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베스타 > 캐해석 관련 백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익선과 허우석의 관계성에 대한 개인적 해석 (0) | 2021.07.14 |
|---|---|
| 개인적인 우석도윤 관계 해석 정리 (0) | 2021.07.11 |
| 한도윤과 이규혁의 관계에 대해 (베스타 영판 텍스트에 대한 감상 포함) (0) | 2021.06.05 |
| 플레이어블 캐릭터로서의 한도윤에 대한 개인적 해석 (0) | 2021.06.05 |
| 마스커레이드 메이저 데뷔 실패 사건에 대해 (0) | 2021.06.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