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커레이드 메이저 데뷔 실패 사건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https://salmonmist.tistory.com/22 훈제연어님의 마스커레이드 관련 텍스트 정리본
https://extinct.tistory.com/5 마스커레이드 타임라인 정리
(비밀번호 한도윤 전화번호 중간 4자리)
※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나 트루엔딩 관련 언급이 좀 있으니 주의 ※
1. 메이저 데뷔 실패 사건과 허우석
난 사실 처음에 허우석이 한도윤에게 배신자 운운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도윤 페잇대로 먼저 멤버를 버리자고 제안한 것은 허우석이었으니까. 그게 마커레 최초의 배신이라면 배신이라고 생각했음.
그런데 큐앤에이를 보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훈제님도 말씀하셨던 건데, 만약에 마커레가 음악 외에 다른 살 길이 있거나, 기존에 온전히 음악으로 생활을 영위할 만 했더라면 허우석의 제안이 근거가 빈약한(본인의 성공만을 전제로 한) 배신일 수밖에 없음. 근데 고교 졸업하고 음악밖에 안 해온 애들이 당장에 음악 말고 먹고살 길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그리고 마커레가 내 생각보다도 더 빈곤했더라고. 라면 반 개에 에스프레소 오병이어에... 그러니까...허우석의 판단은 살아남기 위한 그나마 현실적인 판단이었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서울 상경 직후의 이야기고 나중에는 조금 나아진다고 칠 수는 있음. 18년도 즈음에는 페스티벌 무대에 설 정도의 인지도는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음악으로 먹고살 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긴 하다. 한도윤도 비정기적으로 알바를 계속 했다는 큐앤에이 언급이 있었고. 매번 말하지만 대 쇼미 시대 대한민국에서 (마커레:군대 갔다 왔더니 락이 죽어 있었어요) 고교 동창 밴드로 헤비메탈 하겠다고 돈도 없이 상경해 놓고 가족놀음 하고 있는 애들이 제정신일 리 만무하다. 솔직히 그 무리에 냅다 끼어들어간 허우석한테 넌 대체 뭔 정신이냐 물어보고 싶을 정도. 그래도 개중에서는 허우석이 그나마 그런 쪽으로는 제정신이었지 않을까 싶은 거다.
물론, 본인은 버려지는 멤버가 아니었기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허우석은 해영고 밴드부 출신인 타 멤버들과 달리 외부인이었기에 마커레가 '유사 가족'이라는 인식이 약했고, 거기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허우석이 마커레에 진심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관점에서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속사를 알아본다거나, 베스타 신청을 한다거나, SNS 관리를 도맡아 한다거나 할 리가 만무하니까.
다른 멤버들과 허우석의 차이점이 여기에서 나오는데, 그러니까...각자가 지키고 싶어했던 '마스커레이드'가 지칭하는 바가 서로 달랐던 거다. 허우석에게는 '마스커레이드' 라는 이름의,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한도윤에게는 5인의 유사 가족. 허우석을 줄곧 외부인 취급하는 김주용에게는...'해영고 밴드부'였지 않을까 싶고.
왜 하필 허우석이어야 했는가, 인데... (이건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것을 가져와서 조금 살을 붙였다. thx to 도사님 훈제님)
허우석을 제외한 마커레 멤버들에게 있어 '마스커레이드'는 고등학교 시절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의 '해영고 밴드부'라는 작은 사회에 속해 있던 이들이, 그것이 조금 정돈되고 '마스커레이드'로 이름이 바뀌어 여전히 그들만의 좁은 세계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거다. (김주용 같은 경우는 특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해영고 밴드부의 연장선' 이라는 명목 없이는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애매하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랬던 이들이 상경을 하고, 그 집단 안에 외부인이 들어왔다. 야심 넘치는 활발한 활동, 외부 인맥, 기타 등등 그들만의 좁은 세계에 외부로부터의 균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균열이 어느 날 그 좁은 세계를 깨 버린 거다. 이미 껍질이 깨져 외부 세상에 노출되어 버린 그들의 좁은 세계는 더 이상 그 형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허우석이 한도윤에게 보여 준 것은 마커레라는 좁은 사회 밖의 외부 세계의 맛이다. 이것이 한도윤에게 대놓고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지지는 않았겠지만...아주 영향이 없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는 본인도 알았을 것이고, 그것을...한 번도 곱씹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베스타에 출전한 이후부터다. 허우석을 계기로 출전한 베스타였지만, 베스타에서 맛본 외부 세계의 맛은 지금껏 허우석이 조금씩 맛보여 주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그러니까 말하자면 상위 호환의 무언가였다는 거다. (트루 엔딩에서 신승연이 제시한 것, 더 많은 돈, 더 많은 인기, 더 많은 주목, 기타 등등...) 그 시점에서 허우석은 이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러니까...허우석은 유년기의 틀 안에서 살아가던 이들을 (작중 관점에서는 한도윤을) 외부 세상에 던져 놓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는 거다. 말인즉 달리 외부인이 아니라는 것. 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한도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작중의 사건들을 거쳐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거다.
다른 마커레 멤버들은요? 글쎄요...알아서 제 살 길 찾겠죠 걔들도 먹고 살아야 할 테니까.
2. 메이저 데뷔 실패 사건과 황익선
황익선은 작중에서 행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허우석 편에 선 멤버' 가 있었음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주용의 페잇으로 데뷔 실패 사건 당시 교체 대상이었던 멤버들이 주용, 태희였다고 언급되므로 한도윤을 제외하고 남은 멤버인 황익선이 허우석 편에 섰다는 결론이 된다.
문제는, 황익선은 허우석과 달리 해영고 밴드부때부터 멤버들과 함께 한 결성 멤버였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리더였다는 데에 있다. 마커레 내에서 가장 내부인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고, 따라서 황익선의 선택은 상대적 외부인인 허우석의 선택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커레 내에서 허우석이 비난받은 이유가 '동료(혹은 친구)들을 버리자고 했기 때문' 이라고 한다면, 이 점에서는 사실 허우석보다 황익선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황상 황익선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크게 돌아가지 않은 듯 하다. 김주용의 페잇에서 시종일관 '허우석만 없으면 다 괜찮다' 는 뉘앙스를 읽을 수 있고, 한도윤도 '허우석 편에 선 멤버' 라고 표현하며 허우석의 행동에 방점을 찍지 황익선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니까...대체 왜?
또한, 분명 황익선은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우석 편에 선 멤버가 있었다' 정도의 취급이지, '리더의 판단은 이러했다' 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도윤의 반대' 가 해당 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언급되고, 한도윤 때문에 여론이 완전히 기울었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결론적으로 메이저 데뷔는 무산되었으니 황익선이 한도윤에게 밀린 것이 맞고.
외부적으로 리더는 황익선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실질적 구심점은 한도윤이었음을 암시하는 텍스트는 제법 많다. 허우석의 멘션에서도 '니가 만들다시피 한 밴드고 영향력이 제일 큰 건 알잖아' 라는 언급이 있다. 한도윤 프로필 키워드 중에도 '코어'가 있고.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황익선은 리더이기 이전에 결성 멤버이고, '유사 가족'에도 '해영고 밴드부'에도 포함된다. 이런 황익선이 멤버들을 버리는 데에 찬성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배신이 아니었는지.
나는 데뷔 실패 사건은 허우석이 던져 놓은 일종의 기폭제였을 뿐,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들이 계속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데뷔 실패 사건이 2017년, 해영고 밴드부까지 포함시키면 더 길어지겠지만 마스커레이드 결성이 2013년, 장장 4년이다. 군대에 있던 2년을 제하고서라도 2년이 넘는 시간인데, 그 시점이면 속으로 내심 불안감이 아주 없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 실력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쳐진다는 이유를 알아서, 이대로는 미래가 막막하다는 걸 깨달아서, 성공이 아주 멀다는 걸 깨달아서, 기타 등등...
그러한 불안감을 가장 느끼기 쉬웠을 포지션이 황익선의 위치라고 생각한다. 리더라는 자리에 있기에 어느 정도 현실을 볼 수밖에 없었고, 허우석에게 동의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판단이 아닐까. 본인이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주도권은 한도윤에게 있다는 것도 모르진 않았을 거다. 그런 데에서 오는 불안감이 과연 없었을까. 언제까지 미래도 불분명한 허울뿐인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을 느끼던 차에 (하지만 그것을 본인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던 차에) 허우석이 그걸 벗어날 기회를 물어 온 것이라면.
제각기 속으로 갖고 있던 불안감을 음악과 우정이란 이름으로 덮어 두고 있었던 것에 도화선을 당겨 터뜨려 버린 것이 허우석과 메이저 데뷔 건이라고 생각한다. 허우석이 없어도 미래에 언젠가는 터졌을 것이지만, 상대적 외부인인 허우석이었기에 그 책임을 모조리 지우고 배제해버림으로써 문제를 봉합하고자 한 것이다. 황익선의 판단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시된 것도 그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온전히 허우석의 잘못이어야 하고,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으며, 황익선은 그저 허우석에게 휩쓸려서 잠시 동의했을 뿐이어야 한다.
물론 허우석이 쫓겨난 것은 아니므로 온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고, 봉합 또한 제대로 되진 않았다. 이미 그 시점에서 깨져버린 조각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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